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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이야기

공격은 3할 수비는 9할

부로(富老, Bro) 2021. 12. 15. 07:50

야구에서 10번의 기회 중에 3번을 성공하면 잘한다고 평가받는다. 수비는 어떠한가? 어느 해설자가 말하기를 9할 이상은 해야 한다고 했다. 9할 이상이니 거의 10할에 가까워야 한다는 뜻이리라.

 

공격은 화려하고 수비는 화려하지 않다. 이는 실제 경기에도 그렇고 연습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대학 신입생 때 야구부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거창하게 종합 동아리는 아니고 단과대학 안에 작은 동아리였다. 일주일에 한번정도 모여서 연습을 했는데, 주로 타격연습보다 수비연습 위주였다. 기본적인 몸 품기와 캐치볼 연습이 끝나면 연습 시간의 절반 이상을 땅볼을 잡아 송구하는 펑고(Fungo)’ 연습에 할애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타격연습을 했다.

 

수비 연습은 지루했다. 같은 동작과 같은 패턴을 반복하다보면 잘 되는 경우보다 부끄러운 경우가 훨씬 많았다. 더구나 잘 되더라도 별로 신이 나지 않았다. 동아리 선배들은 공이 딱딱 글러브에 들어가고 다시 돌아 올 때 으이쌰!” “나이스 플레이!” 등을 기합을 넣었다. 그러나 타격 연습은 재미있었다. 1시간 정도 연습시간 동안 내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은 기껏해야 5번 정도 였지만 공이 방망이에 맞았을 때, 그게 앞에 있던 선배나 친구들이 잡지 못했을 때 짜릿했다.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수비다. 공격은 7번 실패해도 도닥여주면서, 수비는 한 번의 실수가, 특히 결정적일 때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 더구나 한번 실수를 제외한 9번의 성공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공격에서 3번의 성공은 엄청나게 칭찬한다. 둥근 공을 둥근 방망이에 맞혀야 하는 어려운 일이 공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비 입장에서 보면 불공평하다.

 

눈을 뜨고 다시 눈을 감을 때까지 나는 무수한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는다. 이불 밖이 위험하다고 이불 안에서 꼼짝 않더라도 집안에 누군가 있다면 하루 종일 집안에만 박혀있다는 그의 공격을 나는 수비해야 한다. 집에서 혼자라면 어제 문을 열었을 때 몰래 들어온 모기나 바퀴벌레하고도 나는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아야 한다. 눈을 영원히 감을 때까지 공격과 수비의 역사는 끝나지 않는다.

 

역시나 나와 같은 사람과의 공격과 수비가 중요하고 피곤하다. 회사라도 다닌다 치면 나로서는 도저히 공격할 틈이 없고 하루 종일 수비만 해야 한다. 더구나 회사에는 공격은 불가능하고 수비하기도 쉽지 않은 존재들이 우글우글하다.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살아남기위해 수비가 훨씬 중요하다. 야구에서 수비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하게 평소에 연습했던 것처럼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야 나에게도 공격의 기회가 오고,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이닝이 마무리되더라도 방망이라도 한 번 휘둘러 볼 수 있다. 공격은 그때 생각하더라도 일단 수비에 집중해야 한다.

 

나의 수비 또한 야구에서 수비처럼 고급스럽게 해야 한다. 너무 수비를 강화한답시고 층층이 벽을 쌓는다면 수비를 잘한다고 평가하지 않고 나와 경기하기 싫다고 할 것이다. 야구만큼 어려운 것이 사회생활이 아닐까 한다.

 

실수가 발생하였을 때, 그것이 비록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인 실책이더라도, 나를 지키는 수비는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한다. 수백억을 받는 야구선수들도 실수하는데, 날마다 실전에 투입되는 내가 실수를 하지 않을 리 없다. 다독이고 다독여서 다시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수비하자. 9번을 성공하도록 노력하되, 1번의 실수에 너무 실망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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