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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메이저리그는 강속구의 시대다. 투수들이 던지는 공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평균 구속이 150 km/h 가 넘었다. 오늘 한 번 던진 공이 아니고, 오늘 계속 던진 공의 평균 속도가 그 정도이다. 쏜살같이 날아가 포수 미트에 꽂히는 빠른 공을 볼 때, 나는 시원하게 내지르는 가수들의 고음이 생각난다.
공을 강하고 빠르게 던지는 것은 야구의 기본이다. 공을 원하는 곳에 빠르게 던져야 하는 것은 투수뿐만 아니라 야수에게도 요구된다. 공이 조금만 빨랐어도 아웃될 수 있는 순간을 우리는 항상 본다. 공이 느리면 공을 빨리 글러브에서 빼든지, 두 세 걸음 앞에서 공을 잡든지 해야 한다. 노래도 마찬가지이다. 고음을 일단 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어떤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결정한다. 노래방에서야 친구에게 마이크를 돌리거나, 가성으로 보완할 수 있겠지만 노래를 업으로 할 생각이라면 거울을 보고 고음을 먼저 내보아야 할 것이다.
투수가 던지는 강속구와 가수들이 지르는 고음을 좋아하는 이유는 같다. 시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말은 여러 상황에서 시원한데, 이때는 다른 말로 ‘짜릿하다’ 정도로 바꿀 수 있겠다. 사람이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 공이 너무 빨라서 쫓을 수 없지만 포수에게 도착한 신호는 들을 수 있다. 퍽도 아니고 빡도 아니고 뻐억. 우리의 귀를 자극한다.
동네 야구 연습장이라면 내가 500원 동전을 계속 넣는 한 멈추지 않고 강속구가 날아오겠지만 투수는 그렇게 할 수 없다. 투수는 사람이고 투수의 어깨는 수명이 있다. 쓰면 쓸수록, 특히 함부로 마구 쓸수록 수명이 줄어든다. 우리는 이것을 ‘혹사’라고 한다. 가수의 성대는 투수의 어깨와 같다. 사람이 사람소리가 아닌 소리를 너무도 쉽게 내던 가수들도 점점 힘을 잃는다. 코요테 신지는 우리나라 여가수 중 고음을 잘 내는 것으로 유명하였으나 초창기 혹사로 성대 손상을 입었다. 여전히 매력적인 노래를 들려주지만 전성기만큼의 힘은 느끼기 힘들다. 아쉽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톰 글래빈은 야구에 대한 그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였다. (You can't measure heart with a radar gun.) 수술을 피할 수 있어도 노화는 피할 수 없기에 구속이 점차 감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때 투수들은 저마다 생존 전략을 찾아낸다. 변화구를 추가하고, 타자들의 습관을 연구하며 공부한다. 점점 원숙한 투수로 성장한다. LA시절 류현진의 동료였던 그레인키는 젊은 시절 150 km/h 강속구를 쉽게 던지는 투수였으나 요즘은 그런 공을 거의 볼 수 없다. 대신 그만의 경험과 무기로 훨씬 느린 공을 던지면서도 정상급 투수로 인정 받는다. 가수들도 비슷하다. 가수 거미는 성대 수술과 재활을 겪고 예전보다 노래가 깊어졌다는 평을 듣는다. 다시 그러한 평을 듣기까지 우리가 모르는 노력을 했다는 점도 가수와 투수가 같다.
우리나라 사람은 특히 고음을 잘 내는 가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복면가왕이나 나는 가수다와 같은 순위를 정하는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졌다. 그때 고음을 내는 것만이 노래의 완성이 아니며 다른 스타일로도 얼마든지 좋은 노래를 할 수 있다는 반론이 존재하였다. 투수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투수는 공이 너무 느리다며 희화화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제는 그런 스타일의 투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화면에서 느려보여도 실제 보면 무시무시하고, 이는 정도의 차이만 있고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강속구와 고음의 차이점도 떠오른다. 매력적인 저음은 있어도 매력 있는 저속구는 없다. 속도가 느린 변화구는 무기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버스커버스커 장범준이 야구를 하지 않고 가수를 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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