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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과 최동원 중 누가 더 위대한 투수인가. 그것은 내가 죽기 전에 답을 얻지 못할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이 문제를 알거나 한번쯤 고민한 사람들 모두 그러할 것이다.
사실 선수들은 이미 팬들에게 답을 준다.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성공한 선수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제 경쟁상대는 제 자신입니다.’ 선수가 아무리 이렇게 인터뷰를 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대로 줄을 새우고 비교하고 서로 자기 말이 맞다 며 다툰다.
요즘 인터넷에서 비교대상으로 가장 뜨거운 선수는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MVP를 따낸 오타니 쇼헤이다. 그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들었다는 표를 본 적이 있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하여 몸만들기, 제구, 구위, 멘탈, 스피드, 인간성, 운, 변화구 등 구체적인 지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표를 다시 정리한 표였다. 예를 들면 제구를 달성하기 위해 인스텝개선, 몸통강화, 축이 흔들리지 않기 등 8가지 하위 목표를 간결하게 적어 놓았다. 훌륭한 야구 선수가 되려는 최종 목표가 중심을 잡고 각각 8방향을 뻗어나간 가지에 각각 8개씩 열매를 맺는 구성이었다. 이런 걸 고등학생이 만들었다니, 처음 봤을 때 질투가 났다. 계획을 세운 자체로 멋있는데 이를 실천하여 최고의 무대에 섰다는 것이 대단했다.
질투와 존경을 뒤로 하고 표를 다시 보면 어느 항목에도 이런 표현은 없다. 누구는 내 경쟁상대, 누구처럼 되기. 적어도 이 표만으로 판단하였을 때 오타니는 인터넷에서 비교당하고 있는 상대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 물론 배우고 싶거나 동경하는 선수는 있을 수 있다. 이는 동기부여로 작동할 수 있다. 모델로 삼은 선수의 실력이 월등할수록 따라잡으려는 목표가 구체적이고 내가 노력하는 사이 그 선수는 다시 멀리 갈 수도 있기에 더욱 자극이 된다.
다만 경기에 서는 것은 내 자신이고 결과에 책임지는 것은 내 자신이다. 노력을 해야 하는 것도 내 자신이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위로해야 하는 것도 내 자신이다. 다른 이와의 비교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면 결과가 좋든 그렇지 않든 나를 진심으로 대하지 못하므로 행복할 수 없다. 야구에 승부를 거는 선수들이라면 누구든지 이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동기부여 이상의 관심을 다른 선수에게 두지 않는다.
야구팬들도 이해는 된다. 날씨가 추우니 야구를 안 하고, 누가 계약을 하지도 않고 계속 소문만 나고, 어디는 아예 언제까지 계약을 안 한다고 하니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다. 게다가 누가 누구보다 낫다는 말은 누구랑 누구를 붙여도 활활 타오를만한 주제이다. 논란을 던지고 직접 뛰어들어 치고받지 않고 떨어져서 구경만 하더라도 재미가 있다.
야구는 기록경기이고 오래 선수 생활을 한 선수들일수록 기록이 쌓인다. 누적기록, 평균기록, 가장 잘 했던 기록 등이 마치 비교를 위해 숫자로 표현된 것만 같다. 문자보다 강력한 숫자가 있으니 싸움이 날법하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엄친아’라는 말이 없는 시절부터 비교를 당해서 그런 것인가? 비교대상이 내가 되면 괴롭지만 남이 되면 괴로움을 잊는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그러면 내가 누군지 모를 테니 익명의 뒤에 숨어서 오늘도 비교를 하는 것 같다.
선수라면 팬들의 비교를 즐길 것 같다. 내가 만든 표에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차피 나에 대한 관심의 표명이니 고맙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프로선수는 그 정도의 팬서비스도 필요하니 말이다. 비교는 그저 재미이고 딱 거기까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