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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을 찬성하는지 혹은 반대하는지 입장을 정하여 글을 쓰는 시험을 본 적이 있다.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을 정하고 근거를 제시하여 설득력 있게 전개해야 점수를 얻는 시험이었다. 수억 원의 FA 계약이 발표되는 요즘 시험 문제를 풀던 때가 생각났다. 근거는 흐릿하지만 나는 분명히 찬성 쪽으로 글을 썼다.
확실하게 생각나는 근거는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요즘은 몸 관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40살 가까이 현역으로 뛰는 선수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한 팀에 한 두 명 정도로 본인의 몸 관리뿐만 아니라 실력, 인성, 팀 내 사정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40세가 되기 전에 은퇴를 한다. 100세까지 산다면 6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직업을 잃는다. 특히 한국 야구선수들은 야구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야구를 하지 않으며 야구를 하던 기간보다 더 긴 기간을 살아야 하니 일단 주머니라도 두둑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그때까지 연봉을 모아 후일을 대비하였을 때를 가정한다.
선수들의 고액 연봉에 반대하는 논리 중의 하나는 그 돈으로 경기장 시설이나 유망주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그 돈이 거기 가지 않는다고 반드시 저기에 가지 않는 것이 나의 반론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팀은 대부분 대기업에서 운영한다. 한국 기업이 미래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투자를 하는 것을 보았는가? 지금 그 선수에게 쓰지 않는 자금은 야구 이외의 곳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에게 야구는 홍보의 수단에 다름 아니다. 기업의 수장이 야구광이라는 것도 홍보다.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 투자비용 대비 홍보가치가 떨어진다고 하면 바로 구단자체를 정리하기도 한다. 그러니 선수입장에서야 받을 수 있을 때 무조건 많이 받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요즘은 무작정 고연봉을 주지도 않는다. 분석하고 또 분석한다.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미국에서 친절하게도 계속 레퍼런스를 만들어준다. 실력이 어느 정도이고 우리팀에 어느 정도 보템이 되고 모두 계산하여 연봉을 지급한다.
고액 연봉자들이 많아져야 야구가 발전한다. 운동을 잘하고 운동선수가 꿈인 학생들이 야구를 지망하는 경우가 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등 야구를 즐기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선수 공급망이 적다. 한국 고등학교 야구팀이 60개 정도라면 일본은 4천개가 넘는다. 절대수가 이미 적은데 기본 운동신경이 좋은 유망주들이 야구에서 빠져나가면 전체 야구수준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고액 연봉자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올 해 한국야구의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코로나 상황의 장기화 탓도 있으나, 고액 연봉 선수들의 일탈이 큰 몫을 차지했다. 큰 힘을 가진 사람은 큰 책임을 지듯이 큰돈을 받는 사람은 행동을 조심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시즌 중 이동을 할 때 반드시 정장을 해야 하고,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도 함부로 사먹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우리보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일 것 같은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고액 연봉자답게 품위를 갖추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우리 선수들도 배워야 한다.
선수들이 고액 연봉을 받든지 말든지 너랑 무슨 상관이냐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이제 이해가 된다. 하릴없이 빠져나가는 내 통장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야구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잘 살았으면 좋겠고, 계속 좋은 선수들이 나와서 한국 야구가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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