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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이야기

어깨는 쓸수록 강해진다?

부로(富老, Bro) 2021. 12. 31. 05:26

어깨는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는 말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계속 연습하면 강해지지만 어느 순간 망가지기 때문이다. 일반인이나 운동선수나 마찬가지이다.

 

어깨가 망가지는 이유는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계를 갖고 있다. 나도 뛰어난 어깨를 가졌다면 투수가 되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투수의 한계는 나의 한계보다 훨씬 높지만 무한하지 않다. 그 한계치를 넘어서는 순간 끊어지든지, 부러지든지, 염증이 생기든지 하는 탈이 나고 만다. 사람이 만든 기계도 한계를 벗어날 수 없듯이, 아빠사람 엄마사람이 만든 자식사람도 벗어날 수 없다.

 

한계가 있다는 점은 기계와 같지만 회복의 정도는 기계와 다르다. 기계가 고장 나면 조이고 칠해보다가 정 안되면 새 부품으로 갈아 끼우면 되지만 사람 어깨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불행하게도 부상으로 가는 한계점을 지나면 다시 여러 한계점이 존재하는데, 이를 벗어나는 정도에 따라 다시 회복할 수 없기도 한다. 나의 치루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이런 말을 했다. ‘한번 칼을 대면 절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치루수술 후 나는 뾰족한 안장에 앉아서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되었다.

 

내가 투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의 어깨를 믿고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하얗게 불태워 볼 것인가 아니면 선수생활을 언제까지 할 것 같으니 어느 정도만 노력을 할 것인가. 정답은 없다만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 선택의 결과에 따라 같이 기뻐하거나 슬퍼해 줄 가족이나 동료들이 있지만 그들이 책임을 대신 지는 것은 아니다. 나의 좁은 어깨가 더욱 고독하게 보이는 시점이다.

 

나는 가늘고 길게 사는 삶을 살고 있다. 그동안 나름대로 여러 차례 부상을 당했으니 전혀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상을 당할 때마다, 나는 부상의 원인을 생각했다. 원인이 나 자신이든지 아니면 바깥에 다른 것이든지 원망스러웠다. 치루에 걸렸을 때 나는 평생 변비나 설사를 앓아본 적이 없는 내가 왜 이 병에 걸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 치루의 원인을 검색해보았다. 스트레스. 아 그렇구나. 내가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런 병에 걸렸구나. 직장에서 나에게 스트레스를 줬던 일들 사람들이 떠올랐다.

 

야구부를 잠깐 했을 때 우리 부의 에이스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너는 네가 가진 힘의 반도 쓰지 않아야구 한정으로 그 이야기가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살면서 한계치까지 나를 몰아붙인 적은 없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은 부러워하고 있다. 가늘고 길게 살기로 결심했으면 남들이 어떤 성과를 이루었든지 신경 쓰지 말고 내 갈 길을 가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노력은 적당히 하고선 대단한 결과를 바라는 것이 놀부 심보라는 것도 잘 안다. 대단한 성과를 이룬 사람들이 오랜 시간 한계치까지 자신을 몰아붙여 활활 태운 것도 잘 안다. 알면 알수록 그들의 성과가 부럽고 내 자신이 초라하다. 나도 부상당할 만큼 당한 것 같은데 억울하고 나는 운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다. 너의 한계가 어느 정도이니 부상당하지 않도록 열심히 훈련해서 실력을 늘려보자. 혹시 부상당했다면 너는 다시 돌아갈 수 있으니 걱정 말아라. 차근차근 다시 해보자. 격려하고 바로잡아주는 선생님이나 동료가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매일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선발투수다. 마운드는 높아서 고독하다. 오늘 경기를 던진 만큼 나의 어깨는 소모된다. 언제까지 던질 수 있을지 모른다. 누가 정해주지도 않는다. 혹시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누군가 위로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할 수 있다고 응원을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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