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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미국 농구선수 스테픈 커리가 통산 3점슛 기록을 경신하였다는 뉴스를 봤다.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농구에서 3점슛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야구도 처음엔 홈런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현재 우리가 아는 홈런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처음 야구경기를 할 때는 펜스가 없었다고 한다. 펜스가 없으니, 공을 멀리 쳐서 야수가 공을 다시 회수할 때까지 주자는 달릴 수 있으므로 인사이드 파크 홈런(Inside the park Homerun)은 처음부터 존재한 것이다. 어디까지든 공을 쫓아야 하는 외야수를 배려한 것인지 언제부터인가 펜스가 생겼고, 이를 넘어가는 공은 홈런으로 인정했다. 이때부터 우리가 지금 아는 홈런의 개념이 정립되었고 요즘에 홈런이라면 으레 펜스를 넘어가는 타구를 의미한다.
선을 넘었는데 잘했다고 칭찬하고 점수를 주다니. 선을 긋고 공을 가지고 하는 경기 중에 이런 경우는 야구밖에 없다. 선을 나가면 아웃이고 상대방에게 공격권을 바로 주거나 한 번만 봐주는 것이 보통이다. 홈런뿐만 아니라 파울도 선을 넘는 일인데, 무효로 하고 공격권을 계속 주는 것도 야구의 특징이다. 선을 계속 넘는 것도 기술의 하나, 이를테면 ‘용규 놀이’로 대접을 받으니 야구는 다른 구기종목과 달리 선을 넘어야 하는 경기다.
홈런의 매력은 시원함이다. 넓은 운동장에 하얀 공이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계속 날아가서 야수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실제 경기장에 가보면 이게 날아가다가 잡힐지 아니면 홈런이 될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내가 응원하는 팀의 타자가 친 공이 조금 높게 떴다 싶으면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공을 쫓게 된다. 결과에 따라 아쉬움과 환호로 바뀌겠지만 같이 응원하는 사람들과 공을 쫓는 것도 야구를 보는 재미다. 경기의 상황을 바꿀 만큼 중요한 장면에서 홈런이 나왔다 치면 관중석은 난리가 난다. 시원함을 넘어 짜릿함이 몰려온다.
홈런의 또 다른 매력은 한 방이라는 점이다. 9회말 투아웃 2사 이후에 역전 홈런이 터지면 9회말 2사까지 지던 경기를 이길 수 있다. 권투 경기에서 나오는 럭키펀치와 같은 한 방이 야구도 가능하다. 중요하고 간절한 경기일수록 이 한 방의 가능성을 믿기에 팬들은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홈런은 쉽지 않다. 둥근 공과 둥근 방망이가 정확하게 만나며, 타자의 힘이 정확하게 전달되었을 때 홈런을 기대할 수 있다. 요즘은 타구의 각도가 어느 정도 되어야 홈런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계산하기도 한다. 최근 이슈가 된 것처럼 공의 반발력이 낮다면 더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 야구장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구장별로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과 그렇지 않은 구장이 나뉜다. 타자입장에서는 홈런을 치기 위해 고려할 일이 너무 많다.
타자들이 홈런을 노리고 타석에 서지는 않는 것 같다. 이번 타석에서 꼭 홈런을 날려야지 하는 것은 야구만화에서나 보는 대사이고, 선수들의 실제 인터뷰는 “그냥 치다보니 홈런이 되었어요.”라는 것이 대부분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외야플라이를 쳐서 득점을 올리려고 했는데 그게 홈런이 되었네요.”하는 경우도 있다. 오랜 선수경험을 통해 공이 방망이에 맞았을 때 느껴진 촉감, 그리고 뻗어나가는 타구를 보고 직감은 할 수 있겠지만, 그 순간 전에는 의식하지도 않고 알 수도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홈런처럼 인생도 한 방에 뒤집을 수 있을까. 홈런타자들이 답을 알려준다. 노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평소 하던 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그 타석에서 자기가 하던 대로 할 수 있으려면 같은 연습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