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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이야기

야구에 만약은 없다.

부로(富老, Bro) 2021. 12. 30. 07:55

만약 그때 번트를 하지 않고 강공을 선택했더라면. 만약 그때 그 선수를 트레이드 시키고 다른 선수를 받아왔더라면.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만약이라는 가정을 하지만 누구나 만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인생은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는데 나는 세 번 모두 놓쳤다. 첫 번째는 지원한 외국학교를 합격하고도 가지 않은 것이다. 장학금 제의가 없었고 별로 유명하지 않은 명목상 지원한 학교였기 때문에 포기했다. 두 번째는 나의 유학 실패를 불쌍하게 여기신 교수님의 학위 과정 입학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교수님의 분야가 나의 관심과 달랐던 탓이었다. 세 번째는 직장에서 과장님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한 것이다. 과장님은 좋아하였으나 과장님 과에서 하던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탓이다. 만약 그 기회 중에 하나라도 잡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싶어진다.

 

만약의 문제는 과거의 결과를 바꿀 수 없을뿐만 아니라 현재의 결과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세 번의 기회를 놓친 사실은 바쁘게 살면 잊다가도 우연히 기회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면 다시 아프다. 세 번의 기회 중 세 번을 누가 이야기했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몰라도 나에게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만 같고, 그런 선택을 한 과거의 내가 원망스럽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니 당장 오늘 결정해야 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그것이 인생을 좌우하든 그렇지 않든-을 대하기가 부담스럽고 짜증스러워진다. 과거에 얽매여 현재의 결과도 그르치면 그저 포기하고 싶어진다.

 

만약에 집착하는 이유는 만약을 선택하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살기가 만만치 않을 때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하는 생각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과거에 했던 선택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그때 결정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고, 그 순간만 바로 잡는다면 나는 전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주위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만 같은 망상에 사로잡힌다.

 

벗어날 방법을 나의 이성은 알고 있다. 만약을 아예 잊거나 아니면 만약이 지금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쉽지 않다. 사실 나의 이성이 이정도 생각을 해 낸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실천으로 가는 것은 감성의 영역이라 쉽지 않다. 끊임없이 나를 다독여야 한다. 괜찮아. 다음에는 잘 할 거야. 지금 당장은 안 좋아 보여도 끝은 좋을 거야. 잘 될 거야. 좋을 거야.

 

또한 지금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지금 하는 일 자체에 집중을 해야 지금 당장의 결과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내가 타자라면 지금 상황이 어떠하니 공을 띄워야하는지 굴려야하는지 1루로 보낼지 3루로 보낼지 생각하고, 투수라면 어떤 공을 어느 위치에 어떤 빠르기로 던질지 집중해야 한다. 어떤 상황대처든지 결과는 다시 나오고 만약에 만약을 얹을지 아니면 과거의 만약에 그칠지 결정된다. 다시 이성을 발동하면 집중하고 결과를 얻고 만족하는 것이 반복되면 어느새 과거의 만약은 희미하게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을 떨치기란 굉장히 어렵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에서도 다들 만약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야만없을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 모르므로 자조 섞인 표현인지 희망을 담고자 한 것인지까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누구든지 과거의 승부에 상관없이 다음 승부는 이기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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