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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도 빚는다는 표현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매장에서 직접 빚은 맥주를 마시고 몸 쪽에 꽉 찬 직구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해내다니 스스로 멋있어서 잠시 취했다. 마시지도 않으면서 마신 생각만으로 취하다니.
‘몸 쪽 공’은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의 몸 쪽에 가까운 공을 의미한다. ‘꽉 찼다’는 표현은 스트라이크 존에 걸쳤다는 것이므로 결국 몸 쪽 꽉 찬 공은 결국 몸 쪽으로 바짝 붙은 스트라이크를 말한다.
몸 쪽 공은 투수에게나 타자에게나 부담스럽다. 투수입장에서 몸 쪽으로 던지다가 제구가 되지 않으면 타자를 맞히거나 가운데로 몰려서 타자에게 공략 당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을 수평으로 3등분하면 몸 쪽, 가운데, 바깥쪽이니, 몸 쪽을 피하려면 바깥쪽으로 향하면 될 것 같은데 꼭 가운데로 들어가서 사단이 난다. 아마 머리로는 몸 쪽을 향했는데 나도 모르게 움찔 하다가 공이 가운데로 향한 것이리라.
타자도 몸 쪽 공이 반갑지만은 않다. 야구방망이를 보면 방망이 끝 쪽이 가장 넓고 손잡이 쪽이 가장 가는 형태다. 몸 쪽으로 들어오는 공일수록 칠 수 있는 방망이의 면적이 줄어든다. 정확하게 맞추기도 힘들고 힘을 전달하기도 힘들어진다. 방망이를 잡은 손에 가까운 만큼 반지름이 줄어드니 원심력이 떨어질 테다. 박병호 선수의 특기는 한 손을 놓고 팔꿈치를 굽히는, 일명 ‘티라노 타법’로 불리는 타격자세다. 몸 쪽으로 공이 붙은 만큼 방망이를 끌어당겨 보통 자세와 같은 힘을 얻으려는 시도일 것이다.
쉽지 않기에 이를 넘어서야 훌륭한 선수가 된다. 몸 쪽 공을 던질 수 있어야 해요. 몸 쪽 공을 칠 수 있어야 해요. 야구 중계를 보다보면 해설자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다. 평소에 연습을 꾸준히 하더라도 막상 본 경기에서 몸 쪽 공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몸 쪽 공 지식이 슬슬 바닥이니 이제 맥주 이야기를 하겠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국산 맥주에 대한 호감도가 급감했다. 인터넷에서 한국 맥주에 대한 글을 읽고 난 뒤부터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우리나라 맥주는 효모를 넣어서 만드는 전통방식을 따르지 않기에 맛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외국에서 만든 맥주를 원산지에서 맛을 본 후 그런 생각은 더 강해졌다. 외국의 유명하다는 맥주에 비하면 우리나라 맥주는 보리차에 알코올을 적당히 섞어 놓은 것 같았다.
양조장에서 주인이 직접 만드는 맥주는 기성품이 아닌 주인이 본인만의 기술을 갖고 만드는 것이다. 대기업 맥주처럼 많은 사람의 평균이 아니라 마니아들의 취향을 공략 목표로 만든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마음에 들면 구하기 쉽지 않아도 단골이 되고 자신과 맞지 않으면 다른 것을 찾으면 그만이다.
양조장에서 먹은 맥주가 우연히 나의 입맛에 맞는데, 묵직하게 다가왔을 때 나는 몸 쪽 꽉 찬 직구를 연상했다. 몸 쪽 공중에도 직구를 선택한 것은 탄산의 짜릿함이 시원하였기 때문이다. 맛이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지만 진지한 맛이었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정석대로 다 집어넣었고 빨리 만들려고 서두르지 않은 것 같았다. 조금만 벗어나면 별로라고 평을 할 것 같았는데, 선을 넘지 않으면서 안쪽으로 들어왔다.
몸 쪽으로 꽉 찬 강속구에 타자가 전혀 반응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움찔하고 물러날 때, 특히 공격과 수비 양쪽 모두 중요한 상황일 때, 우리는 짜릿함을 느낀다. 칠 태면 쳐보라고 한 가운데에 꽂아 넣는 강속구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어서 풀리고 다시 그 맛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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