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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나는 명예의 전당을 좋아했다. 내가 좋아했던 선수들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동판에 얼굴을 새기고 보존하는 일은 그 자체로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40살이 넘은 우리 프로야구가 이제 겨우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미국의 그것은 그 자체로 멋있는 역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생각이 헝클어졌다.
올해 결과로 누구는 등록되고 누구는 탈락했다. 누구는 약물 경력이 있고 누구는 의심은 받았으나 물증이 없다는 이유였다. 누구는 약과 전혀 관련이 없으나 기자들과 사이가 나빴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명예도 결국 사람이 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나의 환상은 깨졌다.
작년 한 해는 우리 야구도 난리였지만 미국 야구도 난리였다. 우리는 술판이 벌어졌고 미국은 공에 이물질을 바르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규제가 강화되고 의심스러운 선수들의 성적이 떨어졌을 때 설마 하던 나는 역시나 충격을 받았다. 미국 야구는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세계에서 가장 정직하고 떳떳한 스포츠일 거라는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미국야구의 결승을 월드시리즈라고 칭한다. 우승팀은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팀이 되는 것이
다. 기껏 북미대륙에서 하는 스포츠가 천하제일을 언급하는 것은 어찌보면 오만하지만 최근 미국 야구팀 선수들은 중남미 출신 선수들이 많이 섞여있으니 그럴 법하다. 유럽은 축구에 비하면 야구를 거의 하지 않으니 야구를 하는 나라는 아시아에 한국, 일본, 대만 정도이고 미국야구에 아시아 선수들도 뛰고 있으니 명칭이야 그러려니 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대리만족이다. 나는 날마다 반칙을 경험하는데 텔레비전 화면 속의 선수들은 반칙을 하면 경기장 밖으로 퇴장을 당한다. 연봉이 아무리 높고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반칙을 하면 경기에 뛸 수가 없다. 나는 부정함을 참고 살아야 하지만 저 세상은 공정하다. 이것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하는 매력이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실력자들이 모이는 리그라면 가장 공정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한 생각이 환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씁쓸한 기분을 금할 수 없었다.
펜데믹 상황 이후 높게만 보이던 선진국이 우습게 보이기 시작했다. 연일 보도되는 숫자들은 명백히 비교를 해 주었다. 때맞춰 여기저기서 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 영화상을 타지 않나, 미국 음악상을 타지 않나, 한국 드라마를 여기저기서 보질 않나. 어어어 하는 이상한 상황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
한국 야구판이나 미국야구판이 똑같이 문제가 많다는 점은 그런 흐름과도 일치한다. 실력의 차이를 누군가 주장하더라도 어차피 너희나 우리나 털면 계속 나온다는 농담에 반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는 부정하고 누구는 공정하다는 생각은 사대주의적 발상에 불과했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우스운 상황이다.
나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려고 야구를 하지 않았다는 어느 야구선수의 변은 안타깝다. 나의 논리대로라면 철저히 무시해야 하지만 안타깝게 느끼는 나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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