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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유튜브에서 도래미마켓 하이라이트를 보다가 카라의 '숙녀가 못 돼'라는 노래를 알았다. 카라는 알지만 처음 듣는 노래였다. 이상하게 자꾸 귀에 들어와 다른 노래도 찾아보았다. '루팡'도 좋고 '점핑'도 좋았다. 엉덩이춤이 유명하고, 일본에서 성공한 아이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노래가 많은 줄 몰랐다.
나는 아이돌들을 보면 벌떼야구가 생각난다. 아이돌과 벌떼야구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첫째, 아이돌은 노래를 나눠 부르고 벌떼야구는 이닝을 나눠 던진다. 노래 한곡이 4분에서 5분정도이니 맴버가 5명이라면 간주 이런 것을 다 무시하고 똑같이 나눠부른다면 한사람당 일분정도. 야구도 마찬가지다. 한 경기에 투수 9명이 등판한다면 투수 한명당 1이닝씩. 1군 엔트리에 12명 투수가 있다면, 다음 경기에 등판할 선발 투수를 제외하고 모두 투입한다면 1인당 아웃카운트 2개 반씩 잡으면 된다.
둘째, 아이돌들은 철저히 분업화되어있다. 노래, 춤, 비주얼. 혼자 있어도 매력이 있지만 함께 모여서 무대를 완성해간다. 빠른 노래와 화려한 무대로 개인의 약점을 찾고 싶어도 다음 주자가 나와서 무대를 이어간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불같은 강속구, 누구는 화려한 변화구, 누구는 누구타자 스페셜리스트. 자신만의 스타일로 타자를 상대하고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계투진의 목표다.
셋째, 아이돌은 기획자의 몫이 크다. 연예인이 목표인 꿈나무들을 모아 오랜기간 훈련시켜서 새로운 아이돌을 만든다. 개인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기획자의 능력이 아이돌의 성공에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는 노래 잘하고 외모도 출중한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이들을 조합하여 치열한 아이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대중의 기호를 읽는 철저한 기획력이 핵심이다. 벌떼야구는 투수교체 권한이 있는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투수를 바꿔서 결과가 좋지 못하면 감독이든 투수든 내가 욕하고 싶은 사람이 욕을 먹지만, 벌떼야구는 그 설계자가 절대 책임을 갖고 있다.
벌떼야구는 SK시절 김성근 감독이 운영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벌떼야구라는 명칭은 이런 경기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감정을 내포한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투수를 혹사한다, 경기가 재미없다 이런 근거를 들었다. 비판하는 의견이 틀린 말이 아니지만, 이런 야구를 통해서 성적을 낸 것도 사실이다. 선동열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패하고 나서 (벌떼야구에)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라고 인터뷰를 했다.
올해 월드시리즈를 보니 양팀 모두 선발투수가 부상으로 부족하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불펜투수로만 게임을 운영한 경우가 있는데 이를 ‘불펜데이’라고 칭하였다. 벌떼야구는 없어보이는데 불펜데이는 무언가 있어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 영어로 이야기하니 정식 야구용어처럼 보인다.
메이저리그에는 정규시즌에도 이런 경기를 한팀이 있다. 템파베이레이스다. 가장 처음 나온 투수를 선발투수가 아니라 오프너, 중간에 나왔는데 잘 던져서 계속 던지면 벌크가이 이런 용어도 있다. 이 역시 여러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현 시대의 야구에서 벌어지는 흐름이다.
나는 사실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다. 80년대 90년대 발라드 시절이 그립다. 아이돌이 등장하며 시장 자체가 획일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카라를 찾아 들으면서 아이돌에 입덕하는 아저씨들의 입장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돌이든 입덕이든 다 때가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