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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이야기

뚱뚱해도 할 수 있는 야구

부로(富老, Bro) 2021. 12. 3. 10:01

뚱뚱해도 할 수 있는 종목이 야구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체격이 큰 선수가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할 때 그 선수의 외모를 가지고 비난하는 말이다. 나는 뒤에서 웃었지만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그럼 씨름은? 스모는?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는 말이다.

 

야구는 원래 살이 찌는 종목이다. 경기 중간에도 쉬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자세를 잡기 전까지 공식적으로 비는 시간이다. 움직이지 않는 시간에 나도 쉬고 내 살도 쉰다. 공격하는 팀은 타석에 있는 타자나, 대기 타석에서 연습하는 다음 타자나, 출루한 주자를 빼면 앉아서 쉰다. 수비를 오래하면 힘들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수비만 하는 경우는 없다. 요즘은 애매한 판정이 나올 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데, 심판진이 헤드폰을 끼고 열심히 궁리하면 할수록 추가로 쉴 수 있다.

 

게다가 야구는 체격이 큰 선수가 필요한 종목이다. 이 말은 체격이 클수록 파워가 강하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 물론 요즘 메이저리그에는 그다지 체격이 크지 않은 선수가 장타를 많이 치기도 한다. LA 다저스 무키 베츠나 과거에 피츠버그 소속이었던 맥커친이 그렇다. 그러나 같은 조건이면 체격이 큰 선수가 더 큰 파워를 오래 지속한다는 통념도 여전히 존재한다.

 

타자의 파워가 필요한 것은 장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구안이 좋고 발이 빠른 주자들이 아무리 출루를 해도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하면 점수를 올릴 수 없다. 단타가 아니라 2루타 이상 장타가 이어지면 쉽게 주자가 들어오고,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장타자가 슬쩍 맞춘 외야플라이로도 점수를 올릴 수 있다.

 

물론 신은 장타자에게 파워를 주신 대신 스피드를 빼앗기도 한다. 하지만 야구는 9명이 한 팀이 되어 하는 운동이다. 나의 모자란 부분을 팀 동료가 매워주고, 나의 장점 또한 팀에 보탬이 된다. 야구는 23각이 아니다. 비슷한 선수들이 모인 조합보다 서로 다른 개성이 모인 팀이 훨씬 매력적임을 옛날 비디오 게임 ‘Stadium Hero’가 보여준 바 있다. 날씬이들만 있거나 통통이들만 있는 팀보다 섞인 팀이 더 인간적이다.

 

모든 종목이 그렇듯이 프로 선수는 결과로 이야기하고 팬은 겉보기로 판단한다. 날씬하지 않아도 내가 응원하거나 잘 하는 선수이면 애교로 보이고, 반대면 조롱의 대상이 된다. 유니폼을 입었을 때 날렵해 보이는 선수가 멋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야 땅볼에도 열심히 일루까지 전력 질주한다면 뒤뚱뒤뚱하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선수들은 야식을 끊기도 한다. 야식은 군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선수생화을 했던 최향남 선수는 어느 인터뷰에서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지 않고 몸에 나쁘다는 음식을 먹지 않았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요즘은 무슨 말이든 조심해야 하는 시기다. 어릴 때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았던 나는 어느새 자랐다고, 그 선수가 나를 알 리가 없다는 장막 뒤에서 누군가에게 뚱뚱하다고 놀리기도 한다. 실제는 그 선수랑 백미터 달리기에서 이길 실력도 없고 만나면 싸인을 부탁할거면서 말이다. 말조심 하겠습니다. 그리고 파이팅입니다. 이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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