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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에 일주일에 두 번 세탁기를 돌린다. 목요일과 일요일이다. 일주일이 7일이니 정확하게 절반으로 나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두 번으로 나누었다. 지난 목요일에 금요일로 미룰까 하다가 그냥 세탁기를 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 박자 빠르게 간닷!
빨래는 어차피 해야 한다. 미룰수록 쌓이기만 하고 나중에는 세탁기도 감당이 안 되고 내 몸도 감당이 안 된다. 그럼 언제 하는 것이 좋으냐. 지금 우리 집에 빨래 바구니는 없고 세탁기와 건조기만 있다. 갈아입은 속옷이나 양말을 세탁기에 넣어 두었다가 어느 정도 차면 빨래를 하는데, 이때 유심히 간을 본다. 이정도면 돌려야겠군. 아니야 한 숨 더 두어도 되겠군.
간은 잘 봐야한다. 계절별로 다르고 상황별로 다르다.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니 자주 돌리고 갑자기 옷을 버렸을 때는 아침에 꺼내 입은 옷도 빨아야 한다. 얼마나 세탁기에 빨랫감이 차 있는지 간을 보되 실제로 확인 안하고 감에만 의지하면 낭패를 본다.
다른 집안 일도 마찬가지이지만 빨래도 그때 뿐이다. 뽀송뽀송하게 유연제 내음이 은은한 옷을 입는 것도 순간이지만 그래도 빨래를 계속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든지 아니면 내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빨래는 계속된다. 깨끗한 옷이 더러워지고 냄새나면 빨고 다시 처음부터 반복. 옷이 은퇴해도 새 옷을 다시 영입하고 빨래하고. 빨랫감이 많다고 빨래가 지겹다고 투덜거리지 말고 숨 쉬는 것이 당연하듯이 빨래는 당연하게 한다. 옷이 필요 없는 상태로 은퇴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빨래를 빨리 하거나 늦게 했을 때 기분이 좋거나 나쁠 수도 있다. 특히 건조기를 사용하고 나서 그렇다. 빨랫감이 많으면 세탁기를 돌리는 것은 상관없는데 건조시키는데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건조 버튼을 한 번 더 누를 때, 아! 어제 빨래했으면 이만큼 전기요금을 아꼈을 텐데 아깝다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지극히 결과론이다. 오랜 시간 빨래 감을 익혀왔지만 이렇게 많이 돌렸는데 금방 마르기도 하고 너무 조금 돌려서 헹굼을 두 번 한 적도 많다. 결과가 좋으면 오늘 빨래해서 좋았던 것이고 아니면 다 잘못된 것이다.
류현진 선수 덕분에(?) 전국구 감독이 된 LA 다저스 로버츠 감독은 올 가을도 투수교체 덕분에 욕을 배부르게 드셨다. 나중에 기사를 보고 그가 투수 교체의 전권을 갖고 있지 않았음을 알고 오히려 동정심이 생겼지만, 메이저리그 감독에게도 투수교체가 어려운 일인 것은 분명하다. 투수 지표를 나타내는 통계가 아무리 정확해도, 산전수전 다 겪은 야구의 신이 나에게 내려도 투수를 교체한 뒤 일어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야구를 보는 팬들은 결과에 따라 감독이든 교체된 투수든 신봉하거나 비난할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오늘 투수 교체가 잘못되어 경기를 졌어도 내일은 내일의 야구가 계속되고, 또 다시 투수교체의 타이밍은 올 것이다. 로봇이 심판은 볼 수 있어도 투수는 할 수 없을 테니.
